미이라 1편이라고 믿을 미이라 3(황제의 무덤)을 보다

-천년을 기다린 거대한 유치함이 깨어난다!

내가 본 2008년 상반기 최악의 영화라는 타이틀을 선사 한다!
80년대로 되돌아간 듯 착각마저 들게 하는 유치한 화면과 대사는 무엇보다 황당했다.
영화를 다 보고 떠오른 생각은 無, 이거 뭐야? 였다.
스케일도 기대 이하였고 스토리의 진부함과 유치함은 울고 겨자 먹기로 넘어가도 앞 뒤 안 맞는 상황들은 할 말을 잃게 했다.

(최소한의 스포일러를 위해 가급적 내용을 적지 않습니다.)

감독의 교체, 브랜든 프레이저의 계약 만료와 레이첼 와이즈와의 트러블로 어쩔 수 없는 세대교체와 캐릭터의 교체를 이해하지만 시리즈물이 갖추어야 하는 캐릭터의 연속성을 너무 간과한 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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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전편들 속에서 활력있고 강하며 때로는 무모함을 간직한 캐릭터였지만 미아라 3에서는 단순한 어머니의 모습만이 남았다. 그녀는 어머니이자 탐험가의 아내이며 탐험가 그 자체인데 마리아 벨로의 에블린은 할리우드 가족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어머니니 즉 굳이 미이라 3에서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무모함 보다 이성적인 모습의 에블린, 액션에서 흥미로운 캐릭터는 아니다 차라리 네셔널 트레져2 에서 주인공의 노모가 더 활기차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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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넬도 에블린 보다 낫을 게 없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에 빠진 모든 아버지와 같다. 전 세계 아버지들은 왜 다들 같은 말을 할까? “난 나름대로 가정에 충실했어. 가족을 보호하고...” 그리고 끝에 아들 대신 위험에 빠지는 뻔한 설정. 아들이 나올 때부터 이미 오코넬이 펼칠 일들이 눈앞에 보인 건 나뿐인지 의심스럽다. 

그럼 철없고 나름 삐뚤어진 아들은 어떤가?

100번 양보해 바쁜 부모님에게 애정결핍에 빠져 반항하는 부.잣.집 아들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왜 그런 아들은 자퇴를 해야 하는가? 할리우드영화가 다 그렇지 라는 표현도 이젠 식상하다. 아버지를 존경하며 같은 길을 가고자하지만 거대한 아버지란 벽에 부딪혀 힘들어하는 진솔함을 그리는 과정도 없이 단지 철없게만 그려지는 게 아쉬우며 어릴 때 미이라 앞에서도 기지를 발휘하던 그는 어디로 갔을까? 현대 교육 폐해로 인한 창의성 파괴? 미이라 3 속 알렉스 오코넬은 능력도 없이 운 좋게 무덤을 발견한 탐험가일 뿐인 느낌이다.


다음 미이라를 이어갈지도 모를 린은 아직 다양한 면에서 미지수 이지만 알렉스와 나누던 70,80년 유치한 대화만으로 한순간에 식상함으로 전락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그녀의 미모는 여자인 내가 봐도 출중했으나 과연 미이라2의 에블린(레이첼 와이즈)과 함께 였다면 확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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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이라 3는 할리우드색과 중국색을 조합하는 것에는 실패한 게 아닌가 한다. 양자경과 이연걸을 내세우고 유럽의 색채 혹은 유럽의 어떤 입장도 내세우지 않으려고 노력한 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그 안에 중국도 없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이연걸이 변신하며 용으로 날아가는 장면으로 진시황은 중국인 사람인데 어찌 유럽용으로 변신하여 날아갔을까? 보석이 잠시 유럽인에 손에 있더니 변질되었나? 도통 이해가가지 않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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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으로 그려진 중국 역시 빵빵 터지던 폭죽 말고는 중국스러운 게 없다. 단순한 빨강과 사막, 폭죽으로 대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사막의 광대함 역시 느낄 여유도 없다. 우리나라 영화에 익숙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해외 촬영한 영화를 보자면 그 나라에 든 비행기 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뽕을 뽑으려고 하는데 여기서 중국은 단지 배경일 뿐이다. 차이나타운이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

또한 탐험가가 등장하는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탐험가가 주가 되어 들려주는 장소나 물건에 대한 전설일진데 다 아는 진시황의 이야기를 그냥 풀어낸 것도 심심하지만 정작 중요한 존재로 여겨지는 샹그릴라 (Shangri-La)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도 아쉽다. 나라마다 문화마다 유토피아가 존재한다. 제주에는 이어도가 있고 유럽에는 엘도라도와 파라다이스가 얽히고설킨 전설 또한 다양하다. 샹그릴라도 유토피아로 유네스크로 지정된 중국에 실존하는 지역이기도 한데 이런 간단한 설명조차 없는 미이라 3의 중국에 대한 배려가 씁쓸하다.


도저히 무슨 생각으로 중국은 이 영화를 찍었을까? 의심스러운 동시에 중국에서의 평이 궁금해졌다. 피 위에 선 절대자 진시황. 그러나 과연 그만이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대제국을 이룩한 사람은 유럽에도 많다. 그 왕들 앞에 쓰러진 자들이 과연 진시황보다 작다 할 수 있을까? 

광대했어야 할 마지막 전투 장면도 뼈다귀와 돌만 나와서 그런지 무게감도 사명감이나 정의감도 사라지고 억지로 끼워 넣은 유머만이 살아있는 미이라3. 다음편이 기대되지 않고 아쉽기만 했던 영화였다.  미이라 = 아낙수나문이라는 공식이 그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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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인상적인 장면은 진시황이 마지막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함께라는 의미를 제대로 끌어올린 연출이 아니었나 싶다. 가족의 화해라는 설정을 이끌어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설정샷들의 그나마 덮어 준 것 같다.

이렇게 조금은 악의가 담긴' 미이라 3 : 황제의 무덤' 의 리뷰를 마무리하려 한다.  실망이 크다는 건 기대가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악제 속에서도 믿고 미이라3를 기다리던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악평을 하는 것 역시 불편했다 하면 조금은 이 아쉬움이 전해질까?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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