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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30 내 맘대로 풀어가는 님은 먼곳에 스토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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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먼곳에 포스터가 공개되었을 때 청순한 수애의 변신에 다들 파격적이라고 했지만, 내가 수애의 빨간 원피스를 보면서 처음 느낀 것은 전쟁터에 흩날리는 붉은 선혈을 머금은 꽃이었다. 전쟁과 남겨진 여자. 그들의 삶은 언제나 천연했다.

어쩌면 수애 아니 순이에게 결혼과 전쟁은 그리 다르지 않다. 원하지 않았지만 남겨지고 그러하기에 살아가고 있었다. 피부 속에서 느껴지지 않는 전쟁은 그녀에게는 다른 세계였으리라. 예기치 않은 남편 상길의 베트남행. 그녀에게는 한가지 사건이고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수동적인 삶을 사는 순이에겐 이별보다 남편의 결단이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순이란 캐릭터를 능동적인 삶으로 끌어들이는 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동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예고편에서 죽음에 처한 상황에서 남편을 찾으러 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에게서 처음과는 다른 느낌을 느꼈다. 순이의 베트남 여행은 궁극적으로 그녀 삶을 찾는 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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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에서 연산을 통해 순수하지만 어리기한 공길을 한 사람의 성인으로 성장시킨다. (그 정체성이 좀 모호하기도 했지만) 연산을 보며 연민을 배우고 동시에 세상의 비정함을 느낀다. 또한, 장생을 통해 동경이 아닌 사랑을 깨닫는다. 역경은 공길을 강하게 했고 타의에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인생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그 비극이 난 슬프지 않았다. 이번 순이 역시 그러한 삶을 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보았다.


전생 속에서 여자란 단지 성적 도구에 지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포스터 속 수애의 웃음 내게 왠지 모를 아련함이 풍겨졌고 또한 호기심이었다. 사랑이 아닌 남편을 찾아서 떠나는 여인. 어찌 보면 진부할지도 모르는 소재다. 하지만 핵심은 아직 사랑하지 않는 남편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물론 이 부분은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는 아마도 상길을 찾아가는 내내 설렜을 것이다. 그를 찾는 과정에서  비로소 진짜 사랑했음을 깨닫고 상상했을 것이다. 당당하게 변한 자신을 보여주고 망설이지 않고 사랑했노라고. 그 말은 전하러 왔노라고 말하는 자신을... 또한 나는 상상한다. 그때 웃음 짓고 있을 그녀의 사랑에 빠진 얼굴을... 그것이 여심이다. 마치 새로 산 예쁜 옷을 입고 남자친구를 보러 가는 내내 자신을 보며 어떤 말을 할까 상상하며 미소 짓는 그런 마음 말이다. 과연 그 맘이 전해질지는 영화가 개봉해 보아야 알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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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님은 먼곳에 OST는 발매가 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매력적인 목소리의 거미가 순이의 마음을 노래하다.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
마음 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 님은 먼 곳에  / 영원히 먼 곳에 망설이다가 님은 먼 곳에...]

개봉까지 한 달 남짓...이준익 감독이 왕의 남자에서 보여준 섬세한 감정처리와 황산벌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유머 그리고 연기력 있는 배우들의 하모니를 기대해본다.

여기까지 조근이 마음대로 상상한  님은 먼곳에 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열어봐야 속을 알겠지만 저로서는 자신이 얼마나 진부한 상상을 했는지 판가름해 볼 수 있어서 더욱 기다려집니다. 영화를 여러 측면에서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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